11/12/07

 두 달 만에 방 청소를 하고, 한 달 만에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레시피로 신라면을 끓였다. 자미로콰이를 윈엠프에 걸어두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차피 요즘은 술 말고는 낙이 없었잖아. 나에게는 연옥님도 없으니 그렇게 열심히 블로깅를 할 필요도 없다. 사진도 더 이상 찍지 않고, 길이 얼어 자전거도 타지 않는데다 어딘가 떠날 시간도 없다는 둥 핑계만 늘어놓고 있지 않던가. 둘러대는 어른. 29살의 늦겨울의 나는 그렇게 규정하기 어려움이 없다.

 

 보통 난 맘대로 안되면 오기가 생긴다. 결국 오기가 감정을 지배했던 기억은 정말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감각과 사고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읽어 순서도를 짜듯 전략적으로 행동해 결국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냈던... 그 지독하게 처절한 긴장의 사선을 지나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뒤 나는 어땠을까. 역시 이것도 기억해내지 않는 편이 좋겠다.

 

오늘은 날 찾지 마세요. 라고 거실에 말해놓고 다시 돌아와 앉았다.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첫날부터 무리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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